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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도 재밌네”…연인도 가족도 즐거운 ‘인서울마켓’
VR·게임·퀴즈로 한강 찾은 시민들 사회적경제 관심 이끌어
2019-09-23 06:00:00 2019-09-23 06:00:00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사회적경제는 잘 모르고 그냥 여자친구랑 자주 오는 곳이라 구경왔는데 게임도 하고 상품도 타니 재밌고 좋네요.” 지난 20일 ‘인서울마켓’이 열린 첫 날 저녁, 한강 뚝섬유원지에서 만난 유희준(24)씨는 상품으로 탄 작은 천연비누를 들고 여자친구의 손을 잡은 채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가 손에 쥔 천연비누는 발달장애인과 함께하는 소셜벤처 ‘동구밭’에서 만든 천연비누로, 물병 세우기 게임(보틀 인 서울)에서 도전에 성공해 주어졌다. 진행자 통제 아래 이뤄지는 물병 세우기 게임은 물병을 회전시켜 원 안에 세우는 간단한 룰이지만, 성공률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그럼에도 별도 연습장소도 제공되고 난이도가 쉬워보이는 탓에 남녀노소 너나 할 것 없이 “도전”을 외쳤다. 물병이 수없이 돌아가며 환호성과 탄식이 오갔고, 성공한 참가자만이 천연비누와 친환경 칫솔·치약세트, 공정무역 커피 등 사회적경제 관련 상품들을 가져갔다.
 
물병 세우기 게임에 참가해 천연비누를 얻은 60대 김모씨도 아직 사회적경제가 뭔지 잘은 모르지만 제품 설명을 보더니 ‘좋은 내용’이라고 상품에 만족했다. 이미 김씨 손에는 인서울마켓에서 구매한 들기름 한 병이 들려있었다. 김씨는 “사회적기업에서 만들었다니 시중보다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색깔도 더 예쁜 것 같고 신뢰할 수 있는 것 같아 한 병 샀다”며 “기왕 온 김에 다른 곳도 몇 곳 둘러보고 가려고 한다”고 발길을 옮겼다.
 
시민들이 지난 20일 한강 뚝섬유원지에서 열린 인서울마켓 물병 세우기 게임에 참가하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이날 둘러본 인서울마켓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히 사회적경제 관련 기업들이 만든 제품들의 성능이나 사회적기능을 소비자에게 알리는데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병 세우기 게임 외에도 VR, 기부걷기 앱, 퀴즈 등 다양한 이벤트와 참여 프로그램으로 사회적경제를 잘 모르고 관심이 덜하던 시민들도 한 번쯤은 지나가다가 눈길이 가고 발길이 멈출 수 있게끔 기획했다.
 
VR 체험은 실제 VR게임에 참여해 새총으로 고릴라가 던지는 코코넛을 맞추는 등 일정 점수 이상을 획득하면 마찬가지로 천연비누와 친환경 칫솔·치약세트, 공정무역 커피 등을 준다. 대학생들로 이뤄진 바이소셜 서포터즈는 동구밭의 천연비누 홍보를 맡아 간단한 퀴즈를 내고 정답을 맞힐 경우 간식이나 천연비누를 준다. 기부걷기 앱 ‘빅워크’에 가입해 참여하면 참가자의 보행거리를 마일리지로 환산해 장애인 보족기구 구입비로 기부된다.
 
체험 존에선 크리에이터스렙의 슈가 클레이를 이용해 딸 김다연(3)양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고 있었고, 어머니 신진아(39)씨는 딸의 모습을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슈가 클레이는 식품인증 설탕으로 만들어 인공색소나 방부제가 없어 아이들이 마음껏 만지고 입에 넣을 수 있다. 신씨는 “액체괴물 같은 애들 장난감때문에 걱정이 많은데 슈가 클레이는 생각보다 달지 않고 자극적이지 않아 마음에 든다”며 “평소 관심이 있어도 접하기 어려운 사회적경제 관련 제품들을 이렇게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더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판매 내지 홍보 목적으로 참가한 사회적경제 관련 기업들에게도 인서울마켓은 소중한 자리다. 그 중에서도 소셜벤처 ‘민들레마음’은 부스에만 앉아있지 않고 직접 뛰어다니며 활동과 제품을 소개했다. 서울시립대 학생들이 모여 만든 민들레마음은 어린이병원에 있는 중증희귀난치질환 환아들이 그린 그림으로 열쇠고리 같은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며, 수익금의 2/3를 환아와 가족을 위한 활동에 사용한다. 손유린 대표는 “저희 같은 소셜벤처들은 홍보할 기회나 방법이 없어서 너무 힘든데 이런 자리에서 다양한 시민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쁘다”고 호소했다.
 
올해 처음 열린 인서울마켓은 500여개의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가 참여해 한강 뚝섬유원지에서 오는 27·28일, 내달 18·19·25·26일, 11월1일까지 열린다. 서울시는 인서울마켓을 서울을 대표하는 사회적경제 공유의 장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존에 시민들이 사회적경제를 접하기 어렵고 사회적경제 역시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착한 소비와 즐거움이 함께하는 축제로 기획했다”며 “앞으로 인서울마켓을 정기적으로 열어 밤도깨비야시장 버금가는 서울의 대표적인 행사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신진아, 김다연 모녀가 지난 20일 서울 한강 뚝섬유원지에서 열린 인서울마켓에 슈가 클레이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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